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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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청년의 이야기 - 광남일보
- 조회
- 229
- 작성일
- 2023.11.20
-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 ‘청년’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활기찬 젊은이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청년 중 의외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 속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하는 시기인 청년기에 이들은 왜 외로울까?
광주청년센터에서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다수가 구직 준비의 어려운 점으로 ‘진로 결정에 대한 고민’과 ‘취업과 관련한 정보 부족’을 꼽는다. 외로움과 관련이 없는 답변 같지만, 그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경로가 부족해서라는 답변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혜를 빌릴 어른(부모님·선생님·교수님)의 조언과 면담으로 도출된 진로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거나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고, 선배나 친구 등의 지인들에게는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청년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데 광고성 게시물인 경우가 대다수로 편향적인 정보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만족도 조사내용 중 ‘사업에 참여하며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 ‘구직에 대한 활력이 생겼다’는 답변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정보를 얻었다’는 답변이 과반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다.
평소 자신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밀착 상담을 하는 상담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 조별 활동을 하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고 교류하며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활력을 얻는 것을 볼 수 있다.
청년도전지원사업 뿐만 아니라 센터의 마음건강상담소를 찾아온 청년들 역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통해 그리고 센터와의 연결로 자신에게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나갈 힘을 얻어 가는 청년들을 보곤 한다.
필자는 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왜 이 청년들이 외로울까 고민하게 된다. 타고난 환경이 열악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재능이 부족해서, 경쟁에 뒤쳐져서, 자존감이 무너져서, 운이 없어서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로움과 고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개인주의’,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자조적으로 사용하며 개인의 경쟁력을 문제로 돌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수 있다.
외로움에 방치된 청년은 결국 이 사회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미를 찾지 못하고, 심한 경우 은둔형 외톨이가 돼 다시 사회로 나오기 힘든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외로움에 대한 연구 중 신체적 건강과 관련된 연구도 있는데, 외로움이 다양한 질병의 유발률을 높이고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자신의 영역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청년이 겪은 외로움은 다양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강한 청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년의 건강을 우선 살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때문에 사회를 만들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고 따뜻한 관심과 격려, 응원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청년센터만의 역할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청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닌 공존동생(共存同生)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외롭든, 외롭지 않든 광주 청년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서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센터가 되기 위해 그리고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기다리며 오늘도 광주청년센터의 문은 열려있다.